[향가 인물 탐구] 노래 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화랑, 기파랑 이야기

 

향가 최고의 걸작 '찬기파랑가', 그 주인공 '기파랑'은 과연 누구일까요? 역사서에는 단 몇 줄로만 기록된 인물. 하지만 한 편의 노래를 통해 천 년이 넘도록 신라인들의 마음속에 가장 이상적인 화랑으로 기억되는 기파랑의 모든 것을 탐구해 봅니다.

신라 향가 중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찬기파랑가(讚耆婆郎歌)'. 우리는 이 노래를 통해 화랑 '기파랑'의 고결한 인품을 칭송했다는 사실을 배웁니다. 하지만 정작 그 주인공인 기파랑이 어떤 인물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죠. 과연 그는 어떤 사람이었기에 한 시대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지금까지도 '이상적인 화랑'의 표상으로 남아있을까요? 오늘은 베일에 싸인 화랑, 기파랑의 흔적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

 

1. 역사 기록 속 기파랑의 흔적 📜

놀랍게도, 기파랑이라는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역사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의 행적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문헌은 바로 '찬기파랑가'가 실려있는 **『삼국유사』**뿐입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경덕왕 시절 충담사(忠談師)라는 승려가 있었습니다. 왕이 그에게 "기파랑을 칭송한 노래가 뛰어나다던데, 나를 위해 하나 지어주겠는가?"라고 묻자, 충담사는 이미 기파랑의 고결한 인품에 감복하여 지어둔 노래가 있다며 '찬기파랑가'를 바쳤다고 합니다. 이처럼 그의 존재는 오직 그를 칭송하는 한 편의 노래와 그 배경 설화를 통해서만 우리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기파랑을 알기 위해서는 그의 노래, '찬기파랑가'를 깊이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2. '찬기파랑가', 노래로 그려진 기파랑의 초상 🖼️

'찬기파랑가'는 기파랑의 외모나 업적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대신, 자연물에 그의 인품을 빗대어 고결한 정신세계를 그려냅니다.

① 달과 냇물: 순수하고 맑은 마음

노래는 '흐느끼며 바라보니, 이슬 밝힌 달이 흰 구름 따라 떠간 언저리에'라는 구절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은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는 기파랑의 광명과 같은 존재를, 그 달의 모습이 비치는 맑은 냇물은 그의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을 상징합니다.

② 조약돌: 원만하고 강직한 성품

'기랑(耆郎)의 모습이여, 수풀이여. 일오천 냇가 자갈밭에, 낭(郎)이 지니시던 마음의 끝을 좇고 있노라.' 냇가에 있는 둥글고 단단한 조약돌은 기파랑의 원만하면서도 강직한 성품, 즉 그의 인격을 의미합니다.

③ 잣나무 가지: 꺾이지 않는 고결한 지조

노래의 마지막은 '아아, 잣나무 가지 높아, 눈이라도 덮지 못할 고깔이여.'라는 감탄으로 끝맺습니다. 사계절 내내 푸르름을 잃지 않고, 어떤 눈서리에도 굽히지 않는 잣나무 가지는 시련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기파랑의 굳건한 지조와 높은 이상을 상징하는 핵심적인 비유입니다.

 

3. 기파랑, '이상적인 화랑'의 상징이 되다 ✨

이처럼 '찬기파랑가'를 통해 본 기파랑은 구체적인 업적을 남긴 인물이라기보다는, 신라인들이 화랑에게 기대했던 모든 덕목을 갖춘 '이상적인 화랑'의 결정체에 가깝습니다. 그는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모두의 귀감이 되고, 강직한 성품으로 자신을 닦으며,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 높은 기개를 지닌 인물로 그려집니다.

⚠️ 잠깐, 화랑(花郞)이란?
화랑은 신라 시대의 청소년 수련 단체로, 외모가 출중하고 인품이 뛰어난 귀족 자제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이들은 심신을 단련하고 학문을 익혀 국가의 동량이 될 인재로 성장했으며, 삼국통일의 주역이 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기파랑이 누구였는지에 대한 물음은 '신라인들은 어떤 인물을 가장 숭고하게 여겼는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비록 그의 생애는 역사의 안갯속에 가려져 있지만, 충담사의 노래 덕분에 그의 정신은 천 년을 넘어 우리에게 가장 완벽한 화랑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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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기파랑 핵심 프로필

자료: 오직 향가 '찬기파랑가'와 『삼국유사』 기록으로만 알려짐.
성품: 맑은 냇물처럼 깨끗하고(純粹), 둥근 조약돌처럼 원만하며(品格), 눈서리를 이기는 잣나무처럼 굳건함(高潔).
의의: 특정 인물을 넘어 신라인이 추구했던 '이상적인 화랑'의 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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